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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지역아동센터, 야간보육시설로 전락할 수는 없다

  • 한지연 2025-09-25 16:49 hit : 139 link

  • 지역아동센터, 야간보육시설로 전락할 수는 없다

     

     

    최근 부산의 아파트 화재로 어린 아이들이 연이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야간·심야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명분으로 범정부 차원의 긴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9월18일(목) 보건복지부에서 ‘긴급 대책 2차 회의’가 진행됐다.

     

    1. 본질이 사라진, 정부의 시혜적 입장에 대한 비판

     

    정부는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밤 10시 또는 12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정책은 아이들의 욕구와 권리를 보호하고 가정의 돌봄 기능을 강화하며, 

    시설 기능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 여성 실무자와 아동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저출생으로 인한 아동 감소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야간 운영이 가능한 일부 기관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방침을 내세웠다. 

    이는 '야간 돌봄을 하지 않으면 저출생으로 인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을 현장에 주면서도,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언급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공급자 중심적이고, 지역아동센터에 만큼은 다분히 시혜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러한 발상은 지역아동센터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아동의 권리와 종사자의 안전을 위협하면서도 운영에 대한 협박으로 매우 부적절했다.


     

    2. 단순 야간보육시설로의 전락

     

    지역아동센터는 단순한 보육기관이 아니다.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설립된 사회복지시설로서, 

    이용 아동에게 보호와 정서, 교육과 문화, 지역사회 연계 등 밀접하게 아동의 삶에 제공되는 사회 서비스다. 

    자칫, 저녁 시간 이후, 밤늦은 시간까지 돌보는 단순 보육 기능(정부의 언급은 ‘돌봄’이기보다 ‘보호’다.)으로의 전환은 이러한 취지를 무너뜨리고, 야간보육시설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3. 늦은 밤, 돌봄이 아동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아이들에게는 저녁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며 부모와 함께 충분히 쉬고 교감할 권리가 있다.

    야간 돌봄이 보편화되면 아이들은 수면 부족, 불안정한 생활 리듬, 부모와의 분리 불안, 애착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아이의 정서와 성장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아이 스스로 늦은 밤까지 낯선 곳에 머무는 것을 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가정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훨씬 더 바람직하다. 

    이는 반려동물조차도 낯선 곳에 맡겨지기보다 익숙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과 같다.


     

    4. 누군가의 기회비용에 과로와 소진까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현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낮은 임금, 과도한 행정 업무, 잦은 정책 변화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 

    야간 돌봄까지 추가된다면 충분한 처우와 교대 근무가 보장되지 않는 한 과로와 소진은 피할 수 없다. 

    또한 센터 필수 운영 시간의 업무 차질은 불가피하다. 결국 숙련된 종사자들이 현장을 떠나게 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전이다. 단 한 명의 교사가 야간에 아이들을 돌볼 경우, 응급 상황, 화재, 범죄와 같은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이는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책임 소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5. 정부는 야간 돌봄이 아닌 종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라.

     

    정부가 진정 고민해야 할 것은 지역아동센터를 야간보육시설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모의 근무시간과 돌봄 정책을 연계하고, 공공 긴급 돌봄서비스와 야간 아이돌봄 인력을 확충하며, 취약 가정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이러한 공적 돌봄 체계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정서, 학습, 문화 공동체로서의 본래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학습 지원, 심리·정서 발달, 문화 체험의 장이 될 때 비로소 지역아동센터는 그 존재 이유를 지킬 수 있지 

    생존을 위해 야간 돌봄을 수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발상이요 공급자적인 시각이며 결코 아동 최선의 이익이 아니다.


     

    6. 결론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CSR 동원하여 문제를 해소하려는 임시방편적 단기 야간보육 정책으로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 

    마을과 학교를 포함한 아동돌봄체계 전반을 재구성하는 논의를 시작하고 지역사회통합돌봄 체계 하에 그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언급에서 비롯된 돌봄 공백 해소 노력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적인 예산 효율성이나 행정 편의를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심야 보육시설로 전환하려는 발상은 용납할 수 없다.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맡겨져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존엄한 권리를 가진 사회의 주체다. 

    지역아동센터는 이러한 권리를 지키는 최전선이 되어야 하며,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정책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다시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